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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Low level

혼자놀기 고수의 나홀로 호캉스, 강릉 탑스텐호텔 1박 후기(feat. 근로자휴가지원사업)

by 연승류 2020. 7. 25.

 

 

 

여행을 떠날 때면 늘 '딜레마'에 부딪친다.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혼자 훌쩍 떠나고 싶다가도, 며칠 동안 누군가와 말 한마디 섞지 않을 생각을 하면 어쩐지 서글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낸 나름의 '중간지대'가 게스트하우스다. 낮 시간은 홀로 보낼 수 있으니 부담이 없고, 밤에는 모르는 이들과 만나 여행지 감상을 나눌 수 있으니 최소한 외롭지는 않다.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홀로 여행을 떠날 때면 줄곧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골랐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직장인이 된 지 3년째. 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정말 아홉수라는 게 있는 건지 스스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기였다. 당장 바다가 보고 싶어 일단 정동진행 KTX에 몸을 맡기긴 했다만 스스로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호텔이 필요했던 거다.

 

근로자휴가지원사업 포인트로 예약한 탑스텐호텔

 

숙소를 검색하자 운명처럼 마음을 끌어당기는 호텔이 나타났다. '온천'과 '일출'로 유명한 강릉 탑스텐 호텔이었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수증기 속으로 어두웠던 생각이 증발할 것 같았고, 밝아오는 아침 해를 보면 삶을 끈질기게 잡아당기고 있는 무기력이 씻은 듯 나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홀로 여행할 때면 3만 원도 넘지 않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청해왔기에, 1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며 혼자 하루를 보내는 게 꽤 부담으로 다가왔다. '나를 위해 질러버릴까'하는 충동이 드는 찰나 혹시나 해서 근로자휴가지원사업 휴가샵(#) 사이트 내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휴가샵이 제휴 중인 여기어때에서 탑스텐 호텔 객실을 팔고 있는 게 아닌가.

 

여기어때는 금진온천 2인 이용권을 포함한 디럭스 패밀리 트윈 객실을 8만 8000원에 팔고 있었다. 남아 있던 포인트를 모두 사용하고 나니 결제해야 하는 건 고작 몇 천 원. 이게 웬 떡인가.

 

 

 


근로자휴가지원사업

 

직장 내 자유로운 휴가 문화 조성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근로자의 국내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사업. 사업에 당첨된 회사의 근로자는 국내여행 휴가# 온라인몰에서 40만 원 적립 포인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50%에 해당하는 20만 원을 근로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50%는 기업과 정부가 각각 25%씩 부담한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중견기업, 비영리 민간단체, 사회복지법인·시설 근로자 등이 사업을 신청할 수 있고 12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휴가샵 예약 시 꿀팁

휴가샵은 숙소 코너에서만 ▲여행전문관_국내숙박 한화금호리조트 전용몰 인터파크투어_숙박 여기어때 호텔패스_국내 살레코리아 쿠폰트리 펜션라이프 떠나요닷컴 스테이폴리오 미스터캠퍼 등 총 11개 여행 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있다. 인터파크나 여기어때처럼 종합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리조트나 펜션만 전담으로 판매하고 있는 사이트가 있다. 지역의 유명 호텔이나 펜션들은 대부분 11개 제휴 사이트 중 몇 군데와 제휴를 맺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다른 사이트답게 당연히 각각이 제휴를 맺고 있는 숙박 업소나 가격이 각기 달랐는데 휴가샵은 이 전체를 아우를 만한 '통합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진 않다. 따라서 휴가샵에 접속한 뒤 링크돼 있는 11개 여행 사이트 페이지에 들어가 원하는 호텔이 있는지 일일이 검색해보아야 한다는 건 단점이다. A사이트에서 본 8만 원짜리 숙소가 B사이트에서 6만 원에 판매되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 확인할 필요가 있다. 

 

http://vacation.visitkorea.or.kr/travel/worker/workerMain.do

 

한국관광공사

 

vacation.visitkorea.or.kr

www.휴가샵.com  

 

베네피아 복지시스템

 

vacation.benepia.co.kr

 

강릉 탑스텐호텔로 향하다

 

 

 

오후 2시경 탑스텐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이 아니었지만 혹시나 해서 직원에게 가능 여부를 물었다. 그는 아직은 들여보내 줄 수 없다면서도 스카이라운지에 가 있으라고, 체크인 시 모두에게 주는 것으로 보이는 500원 할인 쿠폰을 먼저 건넸다. 바다가 일부 보이는 객실로 업그레이드를 해주기도 했다. 소소한 감동이었다.

 

그는 호텔 내 베이커리가 새로 생겼다며 빵을 먹고 싶다면 들러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가보니 빵 나오는 시간(오전 10시, 오후 2시)으로부터 벌써 2시간이나 지난 시점이라 종류가 많진 않았지만 대표 메뉴로 보이는 고구마빵과 감자 빵(각각 2500원)은 남아 있어 하나씩 사들고 15층 스카이라운지로 향했다.

 

 

 

 

※탑스텐호텔 쿠폰

이 쿠폰은 15층 스카이라운지에 사용할 수 있는 하이네켄 생맥주 3000원 할인권이자 커피&음료 500원 할인권, 또는 금진온천을 8000원에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이었다. 보여주기만 하면 할인되는 게 아니라 쿠폰을 사용하면 그 종이를 가져간다. 그러니까 사실상 3가지 중 택 1 해야 하는 셈.

 


강릉 탑스텐 호텔(4성급)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헌화로 455-34

033-530-4800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일출 호텔'로 유명(6층 조각공원 새벽 개방)

뷔페 포세이돈과 금진온천, 지하 1층 편의점

강릉역과 정동진역에서 호텔까지 무료 셔틀버스 운행

구체적인 스케줄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것

 

https://www.hotel-topsten.co.kr/

강릉 탑스텐 호텔

동해바다 일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호텔, 피부관련 특허를 획득한 금진온천 보유

www.hotel-topsten.co.kr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헌화로 455-34

입이 딱 벌어지는 풍경 스카이라운지

 

 

15층 스카이라운지에 도착하자마자 입이 벌어졌다. 눈 앞으로 넓은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실내에서만 봐도 충분히 멋있었지만, 밖으로 이어진 데크로 나가니 속이 탁 트여 상쾌했다. 청명한 동해 바다를 눈 안에 가득 담고 또 담았다. 한참을 구경한 뒤 날씨가 더웠던 탓에 통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실내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주말인데도 사람이 많지 않아 사색을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기다리고 있자니 직원이 다가왔고 5천 원짜리 토마토 주스를 주문했다.


강릉 탑스텐호텔 스카이라운지

 

탑스텐호텔 15층 위치

평일(일~금) 11:00~20:00

주말(토) 11:00~22:00

*입실할 때 나눠주는 쿠폰 사용하면 카페 메뉴 500원 할인

 

 

 

어느덧 체크인 시간을 훌쩍 넘겼다.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와 방에 짐을 풀고 바다 경치를 즐기다 지하에 위치한 금진온천으로 향했다. 탑스텐 호텔 홈페이지에 따르면 '금진수'라는 게 따로 있다고 하는데, 미네랄이 녹아 있어 아토피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정상 가격은 1만 3000원인데, 숙박하는 사람들에게는 8000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여기어때를 포함한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는 꽤 자주 금진온천 입장권을 포함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금진온천 내부는 크게 네 칸으로 구분돼 있었다. 샤워장과 욕탕, 사우나실, 족욕탕. 탕에 몸을 담그고 더워지면 족욕탕으로 이동해 몸을 식혔다. 욕탕 앞에는 커다란 스크린도 있었는데 뉴스가 나왔다. 영화라면 더 좋았겠지만...

 

단 노천탕은 따로 없었다. 대신 추가 금액을 내면 금진온천+수영장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데 수영장의 일부는 밖에 있어 사실상 노천탕처럼 이용할 수 있을 듯했다.

 

※참고

아쿠아파크(금진온천+수영장)

-평일 10:00~19:00, 주말 09:00~20:00

-일반: 주중/성인 2만 5000원, 주중/소인(36개월~13세) 1만 5000원, 주말/성인 3만원, 주말/소인 2만5000원

-투숙객: 주중/성인 1만5000원, 주중/소인 1만 원, 주말/성인 2만 원, 주말/소인 1만 5000원

 

일출이 다했다

 

 

서론이 길었다. 이 호텔의 화룡점정은 '일출'에 있기 때문이다. 눈부시던 스카이라운지도 고급스러운 금진온천도 일출에 비하면 그 영향력은 미미했다. 이날 아침의 태양은 복잡했던 머릿속 고민들을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강렬했다.

 

일출이 유명한 줄은 알고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그날그날의 일출 시간을 안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문했던 6월의 정동진 일출 시간은 5시 2분쯤이었다. 매일 새벽 호텔 쪽은 6층에 위치한 일출 명소인 조각공원 문을 열어둔다고 했다.

 

전날 밤 스카이라운지에서 한 번 금진온천에서 또 한 번 마음을 다잡고자 노력했지만 여전히 고민에 대한 답은 보이지 않았고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하지만 일출을 보고 싶은 생각에 오전 4시 50분에 일어나겠다고 다짐하며 눈을 감았다. 마음 시계가 작동한 덕분인지 눈은 다음날 아침 4시 30분에 뜨였다. 벌써 장엄한 붉은 선이 지평선을 물들이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6층으로 향했다.

 

 

 

벌써 두 명이 조각공원에 서 있었다. 태양의 기운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보호벽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섰다. 그곳엔 여전히 밤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낮도 있었다.

 

밤과 낮의 밀당은 몇 분동 안이나 계속됐다. 지평선 근처를 물들이던 분홍빛 ‘낮’은, 군청색 ‘밤’이 방심한 틈을 타 고개를 비집고 들어갔다. 밤은 여전히 주도권을 양보하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달도 밝았다. 하지만 하늘의 중간지대는 점차 보랏빛으로 변해갔다.

 

그 순간 태양이 끄트머리를 내비치며 떠올랐다. 달은 순식간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밤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자 반쪽짜리 태양은 동그랗게 커졌고 하늘로 높게 떠오르며 바다를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내가 서 있던 조각공원 끝자락에도 그 빛이 닿았다. 입고 있던 흰 옷에는 금세 주황빛 물이 들었다. 어쩐지 감사함에 벅차올랐다.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강렬한 태양빛에 힘입어 고민에 대한 답도 찾았다. 실은 스스로가 이미 알고 있던 답이었다. 일출의 에너지는 그 결심에 1%를 보탰다. 하지만 1%는 50:50이었던 고민의 비중을 49:51로 바꿨다.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다스리고 가보지 않은 길로 나아가기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후 새벽같이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평소와 같은 나였다. 하지만 다른 나이기도 했다.

 


강릉 탑스텐호텔 조각공원

 

탑스텐호텔 6층 위치

평시 개방

*로비에 매일 일출 시간 안내하고 있으니 확인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