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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Low level

[정동진 3박4일] 서핑과 루프탑 유명한 강릉 너울 게스트하우스, 그러나

by 연승류 2020. 6. 14.

금세 금진해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이름처럼 서핑샵과 게스트하우스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곳곳에 서핑 관련 '힙'한 디자인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2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6인실에 체크인을 했다. 수건 한 장을 건네 주셨고, 룸 앞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주셨다. 그게 끝이었다.

 

어쩐지 조식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아 의아해 했는데, 알고 보니 조식은 불포함이었다. 그동안 이용했던 게스트하우스들에 모두 조식이 포함돼 있었기에 너무 당연하게 있으리라 생각했나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음식을 좀 사오는 것을.  

 

나중에야 안 사실이었지만, 금진해변에는 식당이 매우 한정돼 있고 편의점도 소수인 데다가 그마저도 과자 한 봉지에 2000~3000원을 받고 있고 있었다. 저녁에 있는 무제한 바베큐 파티에 참여할 게 아니라면, 간식거리는 서울에서부터 사오는 게 낫다.

 

 

방은 탁 트인 오션뷰였다. 일출을 보고 싶다면, 그저 새벽 5시경에 알람만 맞춰놓고 일어나면 될 듯. 침대는 딱딱한 편이었지만, 깔끔했다. 화장실은 깨끗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용품도 부족한 편이었는데 비누가 없었고 화장실 내부 벽지(?)가 까진 상태였다. 그래도 따뜻한 물은 잘 나왔다. 

가장 위안이 됐던 건, 숙소를 고른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던 로비 위층 루프탑이 훌륭했다는 점이다. 푹신푹신한 갈색 쿠션 의자에 앉아 다리를 뻗고 기댔는데 이런 자유가 또 없었다. 다만 숙소 선택 시 참고한 사진과는 달리 바다는 측면으로만 보였다. 눈 앞에 건물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할 지점이 여기까지였다면 장단점이 1:1 비율로 고루 구성돼 있는지라, 가격에 따라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게스트하우스라고 추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로'라고 생각할 만한 결정적인 포인트가 더 있었는데...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서만 더보기에 남겨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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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공식 사이트에는 매일 저녁 파티를 주최하고 있지만, 오후 10시까지라고 해서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최소 12시 최대 새벽 2시 넘게까지 파티가 이어졌고 안타깝게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물론 게스트하우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박을 하는 내내 비매너 룸메이트분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첫째날에는 친구 사이로 보이는 두 명과 함께 방을 공유했다. 이들은 새벽 5시쯤 눈을 떴고 재빠르게 채비를 해서 방을 나섰다. 문제는 마치 내가 없는 것처럼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이다. 새벽부터 크게 깔깔댄다거나, 화장실이 아닌 밖에서 드라이기를 쓴다거나.

 

문제는 둘째날에도 이어졌다. 첫째날의 불청객들이 나간 자리에 들어온 새로운 두 명 역시 친구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들 또한 첫째날 그들과 같이, 내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새벽까지 파티가 이어졌고, 시끄러운 도어락 소리와 함께 수차례 문이 열리고 닫혔다(문이 제대로 닫히지도 않아, 닫히지 않았다는 경고음까지 끝낸 후에야 도어락은 소리를 멈췄다). 새벽 2시에 들어와 깔깔대던 이들의 목소리에 잠을 깨 뒤척였으나 전혀 개의치 않아했고, 새벽 2시30분이 넘게까지 창 밖으로 게스트들의 고성방가에 가까운 노래소리가 들렸다.

 

화가 났지만, 어디서부터가 문제인지 몰랐던 나는 결국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마음을 다스리는 불경을 들으면서 잤다. '찐'이다. 내가 예민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20살 이후 10년 동안 전국에 있는 수없이 많은 게스트하우스를 다녀왔는데, 이렇게 나쁜 기억은 처음이다. 

 

운 나쁘게 룸메이트를 잘못 만난 탓도 있겠지만, 난 게스트하우스쪽에서 파티 피플이 아닌 잠 자는 게스트들을 위해 최소한의 배려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밤 10시 통금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오후 12시 소등 정돈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파티의 시간 제한이 없다면 사이트에 내용을 적어두었어야 맞다고 본다.


너울 게스트하우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금진뒷길92 1층

(KTX 정동진역에서 택시로 15분)

가격: 2만원/박

조식 불포함

*서핑 강습, 저녁 바베큐파티, 게스트 전용 루프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