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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Low level

근로자휴가지원사업 '베네피아 휴가샵' 직접 한번 써봤습니다

by 연승류 2020. 8. 13.

 

 

근로자휴가지원사업 포인트를 활용해 숙박했던 제주 벼리게스트하우스 전경

 

 

나는 중소기업 노동자다. 그럼에도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과 한 자리에 모일 때 느껴지는 '임금 격차'는 나를 쉽게 위축시키지 못한다. 원하는 직업을 택한 만큼 낮은 급여는 감안하고 있어서다. 물론 "월에 300만원 저축하고 있다"는 친구들의 말에 완전히 괜찮다고는 이야기하진 못하겠지만.

 

하지만 마지막 보루인 복지에서마저 밀리고 있다는 걸 느낄 때면 제대로 힘이 빠진다. 그동안 우리 회사도 복지로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운 휴가 사용을 보장해주는 덕분에 난 신입 때부터 배짱 좋게 매년 특정 달에 21일을 연달아 쉬었다(연차 몰아쓰기). 월에 20만원씩 도서비나 교육비, 운동비를 지원해줘 취미생활도 풍족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대기업들은 각종 사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근로자들에 호텔에 심지어는 여행 패키지 상품까지 제공하고 있더라. 복지 포인트도 '몇십'이 아닌 '몇 백' 단위였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90%가 중소기업을 다닌다던데 이렇게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나서야. 어디 중소기업 다닐 맛 나겠냐고'

 

라고 투덜거리던 순간 운명처럼 우리 회사가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대상자로 선발됐다. 회사 경영기획실에서 참여하겠냐고 의향을 물어와 냉큼 "하겠다"고 답했다. 2월의, 유독 작고 소중했던 월급에서 20만원이 차감됐던 건 슬픈 일이었지만.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직장 내 자유로운 휴가문화 조성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근로자의 국내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사업. 근로자가 50%인 20만원을 내고 회사와 정부가 각각 10만원씩 지원해 여행적립금 40만원을 조성한다. 회사가 30만원을 내줄 수도 있다. 이 적립금은 국내여행 휴가# 사이트에서 호텔, 교통수단 등을 예약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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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나빴나

 

정부지원사업은 기본적으로 한번 의심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민간에서 지원한 사업 대비 어딘가 허술할 것이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사용해본 결과 실제로 모바일 UI가 불편해 접속 자체가 쉽지 않았다. 사이트에 들어가지기는 했지만 어쩐지 제대로 버튼이 눌리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래서 급하게 예약을 해야 할 때면 늘 노트북을 켰다.

 

또 다른 단점. 휴가#은 여기어때, 인터파크 등과 제휴를 맺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팔고 있는 상품들을 휴가# 통합검색창에서 일목요연하게 검색되도록 개발해두지 않았다.

가령 여기어때와 인터파크에서 모두 서울에 위치한 A호텔 상품을 팔고 있다고 해보자. 휴가#이 두 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이상 통합검색창에서 'A호텔'을 검색하면 각 사에서 제공하는 상품이 A호텔 관련 상품들이 모두 떠야 맞지 않는가.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결국 휴가# 내에서 '메뉴'로 구분돼 있는 각 사이트로 들어가 따로 A호텔을 각각 검색해야 했다.

 

휴가# 내 인터파크든 여기어때든 아무 사이트나 한 번만 들어가 예약하면 되지 않냐고 물으면 되겠지만 사정이 그렇지가 않다. A호텔 객실 가격이 가끔은 각각의 사이트에서 꽤 크게 차이 나서다. 이용상의 불편함이다. 

 

게다가 가끔씩은 인터파크나 여기어때 사이트가 네이버 최저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객실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인트를 더 지불해야 하는 일들도 생겨났다(엄밀히 따지면 이건 제휴 사이트의 문제이긴 하지만). 특히나 여기어때 내 게스트하우스 가격은 네이버 최저가보다 꼭 5000원씩 더 비싸서 어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날더러 여기어때에서 예약 취소하고 네이버에서 하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휴가지원사업을 칭찬하는 이유. 기본적으로 누가 내 여행비를 20만원이나 지원해주겠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이 지원해주는 사내 복지 혜택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지만 취지라도 좋지 않은가. 

 

게다가 생각보다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 실용적이었다. 특히 여기어때가 게스트하우스부터 고급 호텔까지 꽤 다양한 호텔 상품군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포인트를 받은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40만원을 모두 써버렸다.

 

절반은 제주도에서 일주일 간 휴가를 보낼 당시 게스트하우스 비용으로. 나머지 절반은 정동진의 한 호텔에서 'FLEX'를 하느라. 너무 요긴하게 써 감격한 나머지 '서포터즈'까지 자진해 신청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 포스팅을 보는 당신, 중소기업인이라면 당장 대표님을 쪼아 근로자휴가지원사업을 신청하도록 하자.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에게도 당당히 말해주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혜택을 받는다고? 나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직접 여행비도 지원해주거든?"

 

적고보니 막상 크게 위로가 되진 않는다 ㅠ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나는 복지 간극을 해결하기 위한 더 많은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