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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놀기/With family

[지리산3박4일] 남들 가는 덴 이유가 있구나...강력추천 하동 '쌍산재'

by 연승류 2020. 10. 26.

쌍산재를 처음 알게 된 건 회사 동기의 추천 때문이다. 그는 지리산을 간다는 내게 '여긴 꼭 가야한다'며 쌍산재 방문 후기가 담긴 블로그 글들을 보내줬다.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난 장소는 늘 '모 아니면 도'였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도 반신반의했다. 작위적인 인스타그램 감성을 풍기면서도 정작 본질에 충실하지 않은 관광지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혹시 이번에도 사진 찍기에만 좋은 '갬성'만 충만한 그저 그런 공간일까 봐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쌍산재는 '모'였다. 카페라고 알고 갔지만 실제로는 카페가 아닌 선조들이 남긴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명소였다. 건축물은 너무나 근사했고 우리 가족은 그 풍경 속에 푹 빠져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쌍산재는 전남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상사 632번지 소재 고택 한옥으로, ‘쌍산재’의 의미는 운영자의 고조부님의 호(쌍산)를 빌어 쌍산재라 하고, 내력으로 ‘첨’자 시조를 1대로 24대에 이르러 나라에 큰 변란으로 그 대수가 묘연하다가 그 후에 ‘종’ ‘인’ 자로 갱지 1대로 시작해 21대에 삼 형제 중 셋째인 ‘현’ 자 ‘우’ 자 선대께서 현 쌍산재에 자리하셔서 6대에 걸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가훈으로 ‘집안 화목’을 가장 중요시 하였으며 특히 안채의 뒤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답니다. 옛날 보릿고개 시절 봄에는 맥류를 가을에는 미곡을 채워 둬 식량이 부족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그 해에 농사를 지어 가져 간 만큼만 이자 없이 받아 채워 둬 그다음 해에 또다시 사용했던 나눔의 뒤주가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격동기인 일제 강점기엔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신 선조의 후손이라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자신을 세상에 크게 드러내지 않으시며 평생 책과 자연을 벗 삼아 세속에 구속받지 않은 전형적인 유학자이셨습니다. 이렇게 조상의 삶의 역사인 한옥을 이용해 옛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색다른 쉼터로 우리들의 아이들에게는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한 교육의 현장으로 어른에게는 어릴 적 추억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께는 격동기 우리나라가 겪었던 애증의 그 시절을 느껴볼 수 있는 곳으로 활용하고자 쌍산재를 열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사진 속 쌍산재는 관광객들로 꽉 차 있었는데 내가 쌍산재를 찾았던 이날은 유독 분위기가 조용했다. 아마 끊임없이 장맛비가 내렸던 이상 기후 덕분이었으리라. 비는 지겨웠으나 그 덕에 한옥의 고즈넉함은 배가됐다.

 

쌍산재로 들어가자 운영자이자, 이 건축물을 사용했던 조상의 후손이기도 한 사장님께서 배치도나 화장실 사용 같은 관람 지침을 설명해주신 뒤 차를 내어주셨다. 이날의 '오늘의 차'는 아메리카노(콜롬비아수프리모), 냉매실차, 대추 우엉차였고 나는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관람료는 5000원이고 음료는 무료다.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났기 때문일까. 대부분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이곳을 찾는 듯했다. 부모님과 함께 왔다고 하니 사장님께서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라 반가우셨는지, 어떻게 오게 됐냐며 말을 걸어주셨다. 사장님과의 이야기 속에서 선조를 향한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가풍이 참 부럽고 좋아 보였다.

 

사장님과의 짧은 대화가 끝난 후 쌍산재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얇은 대나무들이 빽빽이 꽂힌 작은 숲을 지나자 기와로 지어진 몇 채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건물에 '마루'가 있었다. 쌍산재 내에 있는 그 어디든, 자유롭게 앉아 차를 마실 수 있었기에 그곳으로 갈까 잠깐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장님께서 위로 올라갈수록 더 멋진 건물들이 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탁 트인 잔디밭을 지나 위로 오르자 각종 블로그에서 '인생샷을 찍었다'고 표현했던 눈에 익은 공간이 나타났다. 인스타 명소인 만큼 두 명의 친구가 번갈아가면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사진은 나중에 찍기로 하고 우선 풍경을 즐기기 위해 그 옆 기와로 향했다.

 

정문을 가운데로, 양 옆에 탁 트인 마루가 붙어 있는 구조의 한옥이었다. 그중 왼쪽 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앉자마자 '이야 좋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황토색 기둥에 등을 붙이고 앉아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황토색 건축물과 푸릇한 나뭇잎사귀가 어우러져 있었고 비 냄새를 머금은 나무 향기도 코끝으로 전해졌다. 사장님께서 내려주셨던 커피 맛도 훌륭해 모든 게 조화를 이뤘다. 마음이 참 평온했다. 이런 곳에 한 달쯤 파묻혀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답게 이곳에선 숙박 또한 가능했다. 대부분 10~20만원 선. 숙박은 인기가 많아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문의가 필수인 듯 보였다. www.ssangsanje.com/reservation/60745

 

쌍산재 - 요금 안내 및 예약시 유의 사항

★ 이용요금 안내 - 상세한 설명은 사이트의 '전체안내도'를 참조하십시오. 객실명 방구분 인원 상시 이용가격 비고 안채 큰방 작은방 2인~ 4인가족 2인 15만원 12만원 쌍산재는 목조 고택으로 화

www.ssangsanje.com

 

그렇게 한참을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던 우리 가족은 몸을 일으켜 사진 명소 한옥으로 향했다.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우아한, 작은 갈색 상을 소품으로 두고 우리 가족은 몇 컷이나 사진을 찍었다. 엄마 아빠의 밝게 웃는 얼굴이 참 보기 좋았다.

 

나오던 길에 작고 귀여운 청개구리도 만났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새끼손가락 만한 청개구리였다. 잎사귀 색깔 옷을 입고 있던 그는 푸르른 여름이었다.

 


쌍산재

 

주소: 전남 구례군 마산면 장수길 3-2

전화번호: 010-3635-7115

운영시간: 10:00~16:30

고택 정원 체험비: 5000원(음료값 포함)

***10월 28일부터 ~ 12월 31일까지 

숙박 및 관람을 임시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