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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놀기/With family

[지리산3박4일] 산신령 나타날 듯...화엄사·천은사 '절 투어'

by 연승류 2020. 10. 26.

장맛비를 넘어, 이상 기후 속에 찾은 화엄사. 장대비가 내리진 않았지만 전날부터 꾸준히 비가 오는 바람에 계곡물도 불어 있었다. 전날까지 투명했을 약수는 어느새 황토물이 되어 계곡 안에서 콸콸 소리를 내며 흘러내려왔고 바위에 거세게 부딪쳤다. 그 덕에 어쩐지 불편했던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 기분은 좋았지만 그러는 한편 '비에 질린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전라남도 구례군에 있는 사찰. 지리산 국립공원 안에 있다. 전국의 사찰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거대한 중층 금당인 각황전으로 유명하다. 화엄사에는 이 각황전과 돌로 된 석등과 사자 석탑, 불화 4가지의 국보를 가지고 있다. 이름과는 달리 화엄종이 아니라 조계종 소속으로서 대한불교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이다.

 

여담이지만 몇십 년이 지나도 코로나와 함께 2020년의 기이했던 장마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쓰는 데 양심의 가책을 별로 느끼지 않던 소시민에 불과했다. 코에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을 TV에서 봐도, 미간만 살짝 찌푸릴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를 기점으로 환경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한 해를 지워버린 전염병의 창궐과 이상 기후를 체감하며 지구가 병들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다가왔다. 그 덕에 Reusable plastic이나 텀블러 등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줄이려 애쓰게 됐다.

 

이날도 한창 그런 생각에 휩싸여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부디 '지구의 병을 사람이 돌이킬 수 있는 시점'에 정신을 차려 멀리 걸어온 길을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복잡한 마음을 안고 화엄사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니 화엄사의 장엄한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화엄사의 매력 포인트인 불상 세 개가 나타났다. '불견'과 '불문', '불언'을 표시한 불상이었다. 

 

불견, 불문, 불언

 

불견: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말라.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한다. 

불문: 산 위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불언: 나쁜 말을 하지 말라. 험한 말은 필경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악담은 돌고 돌아 고통을 몰고 끝내는 나에게 되돌아오니 항상 옳은 말을 익혀야 한다. <법구경>

 

세 조언 중 내게 가장 필요한 문구는 무엇일까 하나하나 뜯어봤다. 먼저 불견. 타인의 단점을 눈여겨보는 사람들에게 이 조언이 필요할 듯한데, 글쎄. 나는 직업 특성을 제외하면 남의 잘못을 구태어 보려고 힘쓰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긍정적이라 일상에선 남의 장점만 보려고 노력한다. 늘 비판적인 시선을 겸비해야 하는 이 직업을 갖게 된 게 의외일 정도. 순수했던 대학생 무렵엔 세상엔 날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들만 가득한 줄로 알고 살았다. 오히려 스스로에게는 상당히 엄격해 늘 몰아붙이기 일쑤였다. 그러니 내겐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라는 조언이 더 필요할 터.

 

두 번째 불문. 한때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으면 사시나무 떨듯 몸이 떨리기까지 했으나 지금은 상당히 잘하게 된 것.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들의 특징인지 혹은 반대로 애정이 부족한 이들의 성향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어릴 적 누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에 몹시 당황해하곤 했다. 아마도 내가 웬만해선 사람들을 잘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에(나는 사람에 대한 비위가 정말 강한 편이다) 남들도 그럴 것이라 판단하고,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여전히 사람에 대한 비위는 강하지만 그래도 내게 잘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구별할 수 있게 된 지금은, 나에 대한 비방을 이해한다. 또 조금은 멀리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남을 지적하거나 시기 질투하는 사람 중에 마음이 평안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그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끔씩은 나도 울컥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마음이 부유할 땐 나를 비방하는 타인을 측은하게 여기지만, 내 마음이 가난할 때는 어쩐지 화가 치솟는다. 결국 모든 건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 내 마음만 다스리면 될 일이다.

 

불언. 내가 가장 새겨들어야 할 조언은 불언이 아닐까 했다. 난 표현을 좋아하는 만큼 말도 상당히 많은 편인데, 아직도 가끔은 실언을 한다. 타인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혹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조금은 과장된 표현을 하는데 만남 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이를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음에 후회한다. 앞으로 말은 줄이고 많이 듣는 사람이 되었으면. 

 

그런 마음을 가슴속에 새기며 화엄사를 걸었다. 비가 와서 유독 인적이 드물었다. 꼭 화엄사 전체를 우리 가족 네 명이 대여한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 사람은 적었으나 화엄사는 언제나와 같은 절경을 자랑했다. 특히나 산과 계곡에서 피어나는 물안개가 화엄사를 덮어 절을 더 신비롭게 만들어줬다. 꼭 산신령이 나타날 것 같았다. 화엄사를 구경하는 내내 촉촉하고 신선한 공기 방울이 코 안에 맺혀 구름 속을 통과하는 것과 같은 기분도 들었다. 

 

떨어지는 빗소리를 감상하며 화엄사의 이모저모를 감상했다. 떨어진 능소화부터 다양한 건축물, 풍경 등. 언니는 그새 대웅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언니는 무엇을 기도하고 있을까. 우리 가족은 약속한 듯 자연스러운 풍경 속에 녹아들어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화엄사

 

주소: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산 20-1

영업시간: 매일 7:00~19:30

전화번호: 061-783-7600

www.hwaeomsa.com/sub01.php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본사 지리산대화엄사

대한불교조계종 19교구 본사 지리산대화엄사 57616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 지리산 화엄사종무소 : 061-783-7600접수처 : 061-782-0011FAX : 061-782-7601이메일 : 19hwaeomsa@daum.net 원주실 : 061-782-001

www.hwaeomsa.com

 

 

입구가 가장 매력적이었던 천은사

 

그 후 차를 타고 천은사로 이동했다. 들어가는 입구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배가 통과할 수 있도록 동그랗게 파인 다리 위에 기와가 세워져 있었고 그 위로 푸른 나뭇잎들이 공중에 흩뿌려져 있었다. 건너편에 또 다른 다리가 있어 가족들을 세워둔 채 빠르게 뛰어와 가족들 사진을 촬영했다. 좋은 카메라였다면 더 근사한 사진을 뽑아냈을 텐데. 폰카의 치명적인 한계다.

 

참고로 천은사는 신라 때 창건된 고찰이다. 신라 중기인 828년(흥덕왕 3)에 인도의 덕운(德雲) 스님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명산을 두루 살피던 중 지리산에 들어와 천은사를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무려 '이무기'와 관련된 전설도 있다.

 

천은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한다. 단유 선사가 절을 중수할 무렵 절의 샘가에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 사람들을 무서움에 떨게 하였으므로 이에 한 스님이 용기를 내어 잡아 죽였으나 그 이후로는 샘에서 물이 솟지 않았다.

그래서 ‘샘이 숨었다’는 뜻으로 천은사라는 이름이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절 이름을 바꾸고 가람을 크게 중창은 했지만 절에는 여러 차례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불상사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아 절의 수기(水氣)를 지켜주던 이무기가 죽은 탓이라 하였다. 얼마 뒤 조선의 4대 명필가의 한 사람인 원교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절에 들렀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자 이광사는 마치 물이 흘러 떨어질 듯 한 필체[水體]로 ‘지리산 천은사’라는 글씨를 써 주면서 이 글씨를 현판으로 일주문에 걸면 다시는 화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사람들은 의아해하면서도 그대로 따랐더니 신기하게도 이후로는 화재가 일지 않았다고 한다

입구가 너무나 근사해 어쩐지 사극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본 듯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천은사로 입장하니 재밌게 봤던 '미스터션샤인'의 촬영지였더라. 고애신의 부모님 위패가 모셔져 있었던 공간이었던 듯. 구동매가 다녀가기도 했던. 곳곳에 다양한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지만 화엄사의 감흥에는 미치지 못했고 금세 돌아왔다. 

 


천은사

 

주소: 전남 구례군 광의면 노고단로 209

종무소 전화번호: 061-78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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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천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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