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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놀기/With family

[지리산3박4일] 구례5일시장의 파전 맛집 '구례섬진강다슬기수제비'

by 연승류 2020. 10. 26.

장맛비가 촉촉이 땅을 적히던 아침이었다. 눈을 뜨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비가 어지럽힌 땅에서 피어나는 흙냄새와 피톤치드로 가득 찬 숲 향기가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꽤 오래, 부스럭거리는 흰 침구 위에서 뒹굴었다. 전날 둘레길에서의 피로를 풀어내듯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목표는 천천히 구례를 돌아보는 것. 화엄사 등 각종 '절 투어'가 예정돼 있었다.

 

그에 앞서 배가 고팠던 우리 가족은 3일과 8일에 열린다는 구례 5일 시장으로 향했다. 마침 3이 들어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비가 꽤 많이 내리는 날이었는데도 시장에는 벌써 많은 상인들이 나와 지리산에서 나온 나물 종류를 팔고 있었다. 약재 이름으로만 들어봤던 진귀한 풀잎들은 빨간 소쿠리에 담긴 채 손님을 맞았다. 우리 가족도 그중 몇 종류를 샀다.

 

그 후 바로 구례5일장 맛집이라고 평가받던 '구례 섬진강 다슬기 수제비'를 찾았다. 비 오는 날은 역시나 막걸리에 파전이니까. 운전을 해야 하는 아빠나 언니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나저나 음식점 이름 치고는 꽤나 직관적이라고 생각했다. 구례, 섬진강, 다슬기, 수제비. 음식과 그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 원산지까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이름.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큰 규모는 아니었고 단출한 편이었다. 메뉴도 3가지로 많지 않았다. 다슬기 수제비와 해물파전, 다슬기 회무침 정도. 맛집의 냄새가 났다. 문득 다슬기에도 '회'라는 게 있는지 처음 알았다. 껍질 속에 박혀 있는 다슬기를 쏙 빼두면 그게 바로 회인 걸까? 

 

우리 가족은 다슬기 수제비와 다슬기 해물파전을 섞어 시켰다. 곧 밑반찬이 차려졌다. 그리고 잠시 후 다슬기 색깔을 입은 진초록 빛깔의 해물파전이 등장했다. 맛은 그야말로 겉바속촉이었다. 밀가루는 얇은 편이었고 해산물은 꽤 양이 많았다.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1만5000원이라는 가격이 구례 치고는 저렴하진 않았지만, 서울에서도 이렇게 해산물을 잔뜩 넣은 해물파전을 먹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배가 고팠던 가족이 해물파전을 금세 해치웠을 무렵, 수제비도 따라 나왔다. 비 오는 날 잘 어울리는, 깊이가 느껴지는 국물이었다. 아마 다슬기의 영향이었나 보다. 숟가락으로 밑바닥을 휘휘 저었더니 진초록빛의 다슬기가 잔뜩 떠올랐다. 수제비와 함께 입에 넣고 삼키니 다슬기의 비릿함과 수제비의 고소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멋진 한 끼 식사였다. 

 


구례섬진강다슬기수제비

 

전화번호: 0507-1436-8864

운영시간: 09:00~20:00

가격: 다슬기수제비 8000원

다슬기 해물파전 1만5000원

다슬기 회무침 3만원(중) 4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