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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놀기/With friends

‘수평 대신 수직’...올해 마지막 스쿠버다이빙 여행(feat. 근로자휴가지원사업)

by 연승류 2020. 11. 29.

 

***이 여행은 코로나19 2단계 격상 전 다녀온 후기입니다***

 

 

혹자는 말했다. 삶의 이치는 '심플'하지만 그 이치를 깨닫는 데는 수없이 많은 방법이 있다고. 누군가는 책으로 또 누군가는 운동으로 그도 아니면 인간관계로. 그렇게 각자의 수단과 속도로 지혜를 터득해나간다고 했다. 내게는 그게, 여행이었다.

사하라 사막에서 투어를 진행하던 유목민 베르베르족과 마음이 맞아 그곳에서 일을 도우며 일주일 넘는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작렬하는 태양빛에 허덕이며 낮 시간을 대놓고 허비하다, 사막에 석양이 깃들 때쯤 낙타를 타고 사막 속으로 깊이 잠겼다. 포근한 침대가 있던 베이스캠프를 굳이 놔두고 매일 사하라 사막 스킨 위에 누워, 쏟아지는 별똥별 속에서 소원을 빌었다. 늘 '우당탕탕'이기만 한 내 인생과 다른 지겹도록 평안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으며 내가 원한다면 그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티베트 망명 정부가 세워진 인도 북단에서 세상에 몇 안 되는 성인인 달라이라마를 만났을 때 느꼈던 충격도 적지 않다. 내가 앞으로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할지 혼란한 마음에 인도까지 갔는데 되레 내 이기심만 깨닫고 돌아왔다. 당장 급한 건 내가 아니라 그였다. 누구나 제 손엣가시가 가장 아프다지만 그는 중국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티베트의 수장이었다. 1시간 넘게 이어졌던 강연 내내 그는 티베트를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렇게 입사 후 매년 받아온 2~3주에 걸친 휴가. 짧다면 짧았던 시간, 나는 늘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해외 여행자가 코로나 시대를 사는법

 

그런데 올해 갑자기 하늘길이 막혔다. 혹시나 출국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휴가 일정을 미뤘으나 하늘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아니, 육지 이동마저 어려웠다. 여행으로 매년 다음 해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의지를 다져왔던 까닭에 국경이 닫히자 큰 상실감에 휩싸였다. 해외여행 이외 스스로를 다독일 방법을 만들어놓지 않았던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행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구의 수평 이동이 어렵다면 수직으로 가면 되지 않나. 그즈음 바닷가에서 태어난 한 친구가 제주도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자고 제안했고 그 제안을 수락했다.

 

 
올해 제주도에서 스쿠버다이빙 LEVEL 1인 오픈워터 자격증(총 3탱크-바다 2탱크)을, 동해에서 LEVEL 2인 어드밴스드 자격증(총 3탱크-바다 2탱크)을 땄다. 각종 장비만 빼도 당장 숨을 쉴 수 없는 수중에서, 온전히 자신의 호흡과 신체 상태에만 집중해 심연으로 잠수할 수 있는 스쿠버다이빙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덧 11월이 됐다. 추위가 심해지기 전, 올해 마지막으로 바다로 들어갈 날을 결정하게 됐다. 재밌는 건 혼자만 할 수 없는 법.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스쿠버다이빙 경험이 없는 친구들은 체험 다이빙(10m까지만 잠수 가능)으로, 어드밴스드 자격증이 있어 3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나는 펀다이빙을 계획했다.


참고로, 펀다이빙은 다이버들이 바다에서 그야말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둔 다이빙이다. 최소한 LEVEL 1인 오픈워터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한 번 할 때 2 탱크가 기준이다. 전 세계에는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발급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PADI나 SDI이다. 어떤 회사에서 자격증을 발급받았든 한 번 따기만 하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다이빙숍에서 펀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그러니까 PADI에서 자격증을 발급받아도 SDI 강사진이 있는 다이빙샵에서 펀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펀다이빙의 가격은 체험 다이빙의 50% 수준으로 저렴하다. 체험 다이빙을 먼저 하는 것도 좋지만, 물을 좋아해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계획이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오픈워터 자격증을 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서귀포와 다이빙 샵, 그리고 하르방고을펜션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제주도에는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스폿'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서귀포다. 세계 자연유산으로도 선정된 연산호 군락지가 있는 문섬과 함께 새끼섬, 섶섬 등 바닷속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지역이 서귀포에 있어서다.

 

하지만 지역만 정한다고 모두 끝나는 건 아니다. 서귀포 안에도 펀다이빙을 진행하는 다이빙 샵들이 많이 있다. 동해에서 그럴듯한 사진을 남기지 못했던 나는 이번엔 바다에 잠긴 나를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일념 하에 효돈 쪽에 위치한 마코다이브를 선택했다. 누리꾼들이 남긴 후기 사진들로만 유추해봐도 엄청난 '사진 맛집'이었기 때문이다.

 

가격도 저렴했다. 체험 다이빙은 1탱크(잠수 시간 30분)에 10만원, 펀 다이빙은 2탱크(각 잠수 시간 40분 이상)에 10만원이었는데 펀다이빙의 경우 BCD(구명조끼), 호흡기, 마스크, 핀(오리발) 등 장비 비용이 3만원 더 붙었다. 다이빙 시간은 오전 8시와 오후 2시로 나뉘어 있었는데 난 오전을 택했다. 내 생각이지만 일찍 바다에 들어가는 게 낫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가면 바닷물이 뿌옇게 변하거나 해양 생물들이 숨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이빙 샵을 결정한 뒤, 이번엔 다이빙 후 당일 묵을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물놀이라 하고 나면 꽤 피곤하기 때문에 우리는 편히 쉴 수 있는 조용한 숙소를 찾았다. 그렇게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근로자휴가지원사업 휴가샵(#) 사이트 내에서 숙소를 검색했더니 휴가샵이 제휴하고 있는 '펜션라이프'에서 서귀포 근처에 있는 '하르방고을펜션' 상품을 제공하고 있었다.

 

야자수 나무가 곳곳에 서 있는 제주풍 정원, 창문 밖 외부와 실내를 잇는 공간에 달린 작은 마루까지 모든 게 평온해 보였기에 금세 예약을 마쳤다.


근로자휴가지원사업

 

직장 내 자유로운 휴가 문화 조성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근로자의 국내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사업. 사업에 당첨된 회사의 근로자는 국내여행 휴가# 온라인몰에서 40만 원 적립 포인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50%에 해당하는 20만 원을 근로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50%는 기업과 정부가 각각 25%씩 부담한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중견기업, 비영리 민간단체, 사회복지법인·시설 근로자 등이 사업을 신청할 수 있고 12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휴가샵 예약 시 꿀팁

휴가샵은 숙소 코너에서만 ▲여행전문관_국내숙박 한화금호리조트 전용몰 인터파크투어_숙박 여기어때 호텔패스_국내 살레코리아 쿠폰트리 ▲뛰놀자 펜션라이프 떠나요닷컴 스테이폴리오 미스터캠퍼 등 총 12개 여행 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있다. 인터파크나 여기어때처럼 종합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리조트나 펜션만 전담으로 판매하고 있는 사이트가 있다. 지역의 유명 호텔이나 펜션들은 대부분 12개 제휴 사이트 중 몇 군데와 제휴를 맺고 있으나 휴가샵에서는 통합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므로 각 제휴 페이지로 들어가 가격을 비교해보는 게 좋겠다. 제휴 사이트마다 숙박 상품 가격이 다른 경우가 왕왕 있다.

 

http://vacation.visitkorea.or.kr/travel/worker/workerMain.do

 

한국관광공사

 

vacation.visitkorea.or.kr

www.휴가샵.com  

 

베네피아 복지시스템

 

vacation.benepia.co.kr

 

스쿠버다이빙의 위험성을 줄이는 방법

 

 

지난 11월 8일 오전 8시. 마코다이브로 향했다. 감귤로 유명한 효돈동 답게 곳곳에 노랗게 익은 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마을 전체가 귤로 뒤덮여 있었다. 거주민들이 오가다 하나씩 먹으려고 한 건지, 아파트 단지 내부에까지 귤 나무가 서 있었다.

 

그렇게 마코다이브 다이빙샵에 도착했다. 현무암으로 지은 건물 안에 마스크나 방풍자켓, 마코다이브 로고가 적힌 티셔츠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분께서 다이빙 슈트를 나눠주셨다. 5mm짜리 웻 슈트였다. 올해 처음 다이빙 슈트를 입었을 때보단 비교적 편안하게 옷을 입었다. 이 복장은 바닷물에 들어가면 물렁물렁해지는 대신, 지상에선 빳빳하기 그지없어 반쯤은 몸을 옷 속에 구겨 넣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론 샤워장에서 물과 함께 옷을 입는다.

 

 

 

옷을 착용한 뒤 '건강 내력 질의서(몸에 불편한 곳이 있는지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문서)'와 '책임 면제와 위험 가정 동의서(스쿠버다이빙이 위험한 스포츠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문서)' 등에 사인을 했다. 평소에 스쿠버다이빙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는 있지만 후자의 동의서는 볼 때마다 움찔한다. '나는 면제된 측들을 소송할 나의 권리를 포기할 뿐만 아니라 또한 나의 죽음으로 인하여 나의 상속자, 대리인 혹은 신탁 수취인자들이 면제된 측을 소송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동의한다'는 등의 무시무시한 문구들이 적혀 있어서다.


스쿠버다이빙. 분명 우습게 볼 스포츠는 아니다. 당연히 대자연,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죽을 수도 있다. 조류에 휩쓸리거나 정말 적은 가능성이지만 해양 생물에 공격을 당한다거나. 그렇지만 오지까지 탐험해본 내 경험으론, 그냥 하지 말라는 걸 안 하면 된다. 전날 술 먹지 말고 해양 생물 만지지 말고 이퀄라이징(귀를 수압으로부터 풀어주기 위해 코를 막고 코 쪽으로 공기를 불어넣는 것) 잘 되는지 잠수 전 확인하고 장비 이상 확인하고, 버디(위험한 스포츠라 서로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줄 '짝'을 입수 전 정해주는데 그 이름이 버디다)와 떨어지지 말고.

 

 

 

그렇게 마코다이브 정진욱 강사님이 브리핑이 시작됐다. 체험 다이빙과 펀다이빙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은 '섶섬'에서 다이빙을 진행하기로 했다. 내가 먼저 한 차례 20m 다이빙을 다녀오면 이후 한 번을 친구들과 함께 10m를 잠수하는 스케줄이었다. 곧 다이빙샵에서 서귀포 보목포구로 향했다. 그곳에서 또다시 5분쯤 보트를 타고 섶섬으로 이동했다.


마코다이브

(제주도 PADI 스킨스쿠버다이빙 리조트)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월라봉로 18

전화번호: 010-2370-8214

특징: 부부 강사님 상주

자격증 취득 비용: 오픈워터 50만원, 어드밴스드 45만원 등

 

makodive.modoo.at/

 

[제주도 스킨스쿠버 마코다이브 - 홈]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마코다이브"

PADI 스킨스쿠버 최고의 즐거움

makodive.modoo.at

 

하강, 하강 또 하강

 

 

보트에서 내려 바람이 거세게 부는 현무암에 앉아 다시 한번 정 강사님의 브리핑을 들었다. 이퀄라이징 하는 방법, 마스크에 물이 찼을 때 물 빼는 방법 등 오픈워터 교육 당시 배웠던 기초적인 기술을 상세하게 알려주셨다. 또 초미의 관심사였던, 바다에 어떤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지도.

이후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로 입수했다. 가장 떨리는 순간은 언제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바다 앞에 섰을 때. 일반적으로 마스크는 입에 착용하는 보호구를 의미하지만, 스쿠버다이빙용 마스크는 눈에 착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마스크는 코까지 고무로 덮여 있어 끼는 순간 코로 숨을 쉬지 못해 바로 호흡기를 물어야 한다. 이때부터 꼭 사람이 아닌 물고기로 변신하는 것만 같다. 그렇게 돌 위에 서서 한 발을 걸어가듯 바닷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퐁당. 바다로 들어가면 긴장이 풀어지는데, 정작 바다로 들어가기 전이 가장 무섭다. 

 

 

 
수면 위에 동동 떠 있자 강사님이 수신호로 입수를 지시했다. 과거에 했던 다이빙들이 모두 바다 위에 떠있는 부표로부터 바다 아래까지 이어진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식이었다면, 이번엔 BCD에 공기를 뺀 채 바로 밧줄 없이 하강했다. 처음엔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지 않아 당황했는데, 강사님 도움으로 중심을 잡고 하강할 수 있었다.


그렇게 확인한 제주 바다는 익히 알던 아열대의 자연 그 자체였다. 바다 밑으로 머리를 담그니 은빛을 발산하는 멸치 떼들로 눈이 부셨다. 외부 공격이 두려운 듯, 멸치들은 서로의 거리를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다. 귀여운 마음에 살짝 멸치를 괴롭혀보기로 했다. 일부러 그들 사이를 통과한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내가 들어가기도 전에 그들이 이미 도망쳐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10m쯤 내려가니 빨강, 주황, 보랏빛 산호들이 각자의 색을 자랑하며 빛나고 있었다. 하늘하늘한 흰색 말미잘 속에선 샛노란 니모도 노닐었다. 그들은 가끔 자신들보다 더 작은 덩치의 물고기들 뒤를 쫓아갔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20m 깊이의 제주 바다는 수족관에 버금갔다. 쉽게 보기 힘든 화려한 무늬의 쏠배감펭과 하늘하늘한 비늘을 흩날리는 청황문절, 돔과 우럭 등이 뒤섞여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쏠배감펭을 본 순간 너무 놀라 호흡기를 문 채 소리를 질렀다. 독을 갖고 있는 그 녀석의 무늬는 유독 화려했다. 육지에 독버섯이 있다면 수중엔 쏠배감펭이 있는 게 아닐까.

 

암수가 쌍으로 다니는 청황문절을 바라보면서는 어쩐지 '부럽다'는 생각까지 했다. 똑같이 생긴 그들은 언제, 어디에서도 함께였으니까. 은빛과 파란빛이 오묘하게 섞인 이들은 하늘하늘 갈라진 꼬리를 흩날리며 수평으로 함께 오갔다. 어쩐지 그들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 줍는 다이버


마냥 아름다운 풍경만 있었던 건 아니다. 바다 아래는 쓰레기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어디서 흘러왔는지 모를 길고 가느다란 흰색 봉투와 매니큐어 통이 모래에 박혀 있었다. 쓰레기를 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손으로 집었다. 어쩐지 잠수해 할 ‘To do list’가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이후 몸을 뒤집고 바닷속에서 누웠다. 그대로 수면쪽을 바라봤다. 바다 아래로 갈라져 들어오는 빛들과 내가 뿜어내는 공기 방울이 섞여 몽환적이었다. 그 시간이 어찌나 편안하게 느껴지던지 잠을 잘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상승했다. 굉장히 짧게 느껴졌는데 알고보니 40분 넘게 바다에 잠수해 있었다. 질소를 흡입한 까닭에 머리는 살짝 어지러웠다. 당도 떨어졌다. 멀미 날까 봐 잠수 전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 강사님이 과자를 준비해주셔서 쉬는 시간에 따뜻한 녹차와 함께 먹었다. 

 

 

 

1시간쯤 후 두 친구들과 다이빙을 하기 위해 두 번째로 바다에 잠수했다. 두 번째 하강에선 첫 번째보다 능숙했다. 물론 도중에 핀 한쪽이 벗겨졌지만 그 또한 어렵지 않게 주워 친구들과 강사님쪽으로 따라붙었다. 이후 한 차례 보았던 몽환적인 풍경에 다시 한번 취했다. 잊지 않으려는듯 각종 물고기들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했다. 

상승해 현무암 바위로 되돌아오니 바람이 거세게 불어 방풍재킷을 입고 있어도 체온이 떨어졌다. 정 강사님은 보온병에 챙겨 온 따뜻한 물을 다이빙 복 안으로 부어주셨다. 잠깐 체온이 오르는 듯했으나 거친 바람에 금세 온기를 빼앗겼다. 친구들도 나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친구는 바닷속에 있던 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친구는 겁에 질려 있었다. 다이빙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도 했다. 이렇듯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호불호는 상당히 강한 편이다. 스스로가 다이빙에 취미가 있는지는 결국 해봐야 알게 될 일이다. 그렇게 섬을 떠나 다시 서귀포로 돌아왔다.

 

 

 

바닷물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를 하고 로그북을 작성한 뒤, 정 강사님과 다이빙 관련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이때 이용 쿠폰도 발급해주셨다. 마코다이브에서 펀다이빙을 하면 하루에 최소 2탱크는 하게 되는데 탱크당 도장을 하나씩 찍어주셨다. 이 도장을 5번 찍으면 get one (tank) free가 되는 시스템이다. 다이빙업계에서 이런 혜택은 찾아보기 힘든데 참 감사한 일이다.

 
또 정 강사님과의 이야기 도중, 스쿠버다이빙 강사의 길에 처음 매력을 느꼈다. 사실은 그런 진로가 있는 줄도 올해 처음 알았다. 곁에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이 없다면 생각의 폭도 거기까지 가 닿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내 선택에 따라 강사까지 지망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물론 기본적으로 물을 무서워하는 성향 탓에 남들보다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강사 자격증이 있다면 해외 워킹홀리데이를 나가 굳이 포도를 따는 중노동을 하지 않아도 제 앞가림은 충분히 할 수 있다더라. 그 순간, 30대 안에 워킹홀리데이 나갈 꿈을 꾸는 내 마음에 불이 붙었다.

 

숙소는 최고, 서비스는 글쎄

 

 

이후 택시를 타고 서귀포 남원에 위치한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의 넋은 반쯤 나가 있었다. 특히 나는 2탱크를 해 질소를 몸에서 빼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3시가 되기 전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앞 풍경은 누리꾼들의 후기 글에서 본 것 이상으로 그림 같았다. 하르방이 서 있는 입구, 하귤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들과 푸릇한 야자수 나무까지. 조용하고 한적했으며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서비스는 불만족스러웠다. 체크인 시간이었던 4시보다 다소 일찍 도착한 탓에 주인아주머니께서는 청소를 하는 중이라고 이야기하며 처음부터 '왜 이렇게 일찍 왔냐'며 불만을 토로하셨다. 이후 청소가 끝난 방을 안내해주시면서 '잠깐 있으라'고 해서 '그럼 다시 방을 옮기는 것이냐'고 묻자 '여기 써야지 또 옮기면 내가 또 청소해야 하지 않느냐'고 불평하시기도 했다.

 

또 혹시 마실 물이 있냐고 묻자 '여긴 호텔이 아니라 펜션이에요'라고 답한 것. 휴지가 객실 내 하나뿐인 줄 모르고 다 써버려, 늦은 밤 11시에 죄송하다며 연락을 드렸는데 '밤늦게 연락하는 거 아니'라고 훈계하듯 말한 것 등. 물론 결과적으론 물도 휴지도 받을 수 있었지만 글쎄. 숙소에서의 감흥이 서비스로 인해 반감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숙소 시설 자체는 훌륭했다. 우리는 '사랑채 양실'을 썼는데 내부 시설이 넓고 깔끔했다. 특히 침실이 맘에 들었는데 한옥식으로 된 큰 창문을 열자 전원적인 제주의 풍경이 나타나 몇 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스쿠버다이빙에 이미 체력을 많이 소진해 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실외로 연결된 작은 마루도 마음에 쏙 들었다. 그곳에 앉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김태리가 된 것처럼 한적한 제주의 시간을 즐기며 귤을 까먹었다.


하르방고을펜션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894번길 42

전화번호: 064-764-9998

가격: 8만9000원~11만원(사랑채 양실/온돌 기준)

체크인: 오후 4시

체크아웃: 오전 11시 이전

 

http://hareubanggoeul.com/

 

하르방고을

제주펜션, 제주남원펜션, 제주한옥펜션, 제주독채펜션, 제주잔디정원, 제주바닷가펜션

hareubangg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