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같이놀기/With friends

[호캉스 1박2일] 목시 인사동 '스위트룸' 1박 후기

by 연승류 2020. 7. 27.

메리어트 목시, 첫인상은 별로였던 이유

직장인 셋은 몇 달 전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목시(MOXY)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여자 혼자 여행하기 가장 어렵다는 인도에서 10일이 넘도록 함께 여행했던 명실상부 '오지 여행 파이터'들이지만, 코로나19로 출국이 어려워진 상황에 직장생활의 고단함까지 겹치자 제대로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에겐 쉼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에 한 친구가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가 밀레니얼 세대를 저격해 만든 '힙'한 호텔이 있음을 알려왔다. 그런 호텔이 왜 이태원이나 홍대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거리라 불리는(간식거리조차 군밤인) 종로 3가에 세워졌는지는 의문이지만. 우린 냉큼 호텔 내에 3개밖에 없다던 스위트(SUITE) 룸을 19만 6000원에 예약했다. 여행이었지만 공식적으로 우리가 세운 목표는 이야기 하기, 잠 자기, 보드게임하기뿐이었다.  

 

택시를 타고 3시쯤 호텔에 도착했다. 안타깝게도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힙한 그림이 그려진 벽면 앞에서 함께 간 친구 중 한 명이 술에 취한듯 보이는 노숙자에게 성희롱을 당해서다. 그는 반바지를 입은 친구를 향해 "쏘 굿"이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싸늘한 시선을 보내자 다른 '타깃'을 찾는 듯했다. 입구에 보디가드라도 세워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기분이 나빠진 채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6층으로 이동했다. 목시는 특이하게 16층에 체크인 카운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첫발을 딛는 순간 기분이 180도로 바뀌었다. 탁 트인 남산 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가 청명해 전망이 선명해 보였다. 하지만 역시 서울은 야경! 저녁에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월컴 드링크를 받고 내려왔다.

 

참고로 목시는 숙박객을 위해 체크인 시에 무알콜 칵테일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때 받은 한라봉 칵테일은 저세상의 맛이었다. 목시는 칵테일 맛집이었다.

 

90년대생 특징에 따라 '뚜루두룻두~' 노래를 부르며 객실 문을 열었다. 문 바로 옆에는 4명이 묵을 수 있는 침대(더블베드 1, 싱글베드 2)가 놓여 있었고 전면으로 탁 트인 서울 뷰가 한눈에 들어왔다.

 

거실에는 테이블1, 소파 1, 의자 1이 놓여 있었고 그 뒤로 스마트 TV(유튜브, 넷플릭스 연결이 가능했다)가 걸려 있었다. 파티를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었다.

 

'ㄷ'자 화장실도 참 맘에 들었다. 화장실 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넓은 건식 세면대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 샤워실과 변기가 각각 다른 부스로 구분돼 있었다. 반대편에는 두 번째 화장실이 있었다. 욕조와 세면대가 포함돼 있어 반신욕도 할 수 있었다.

 

화장실 들어가기 직전에 설치된 간이 키친 테이블에는 커피포트와 드롭커피, 녹차 등 각종 인스턴트 백이 4개씩 구비돼 있었고 작은 냉장고에도 물이 4병 있었다.

 

방 구경을 마치고 친구들과 나는 일단 침대 위에 누워보았다. 푹신하고 뽀송했다. 전면 창에는 암막 커튼이 달려 있었고 커튼을 치니 분위기가 영화관으로 바뀌었다. 스마트TV 리모컨을 들고, 넷플릭스를 연결해 영화를 고르기 시작했다. 겟 아웃으로 유명해진 조던 필 감독의 '어스'가 낙찰됐다. 하지만 한 시간쯤 보다 맥락 없이 잔인한 화면에 지쳐 잠들기를 택했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배달을 시켜먹을 것인가,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밖으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다 친구들과 익선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시로 저녁을 해결하고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들고 들어와 방에 눌러앉았다. 야경을 보기 위해 16층 바로 나갈까도 고민했지만 토요일의 우리는 '녹다운' 상태였다. 게다가 이미 옷까지 다 갈아입은 후였다. 한 친구가 들고 온 '딕싯'이라는 보드게임을 즐기며 맥주를 즐겼고 3깡을 했다. 그 후 한 명씩 목욕을 하러 들어갔고 1시쯤 잠들었다.

 

늦게 잔 것 치고 우리는 오전 9시쯤 꽤 빨리 눈을 떴다. 집에 온 것마냥 푹 자 기분이 좋았는데 눈을 뜨자마자 전면 창을 통해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풍경이 보여 포근했다. 새 하루는 밝았지만 나는 여전히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친구들도 누구 하나 쉽게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몸을 내리누르는 중력을 느끼며 느긋하게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섰다.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우리는 16층으로 이동했고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남겼다. 그래 이걸로 족하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서대문역쪽으로 장소를 이동해 떡볶이를 먹고 카페에 잠시 들렀다 곧 뿔뿔이 흩어졌다.

 

'요즘 것들'이 호캉스 떠나는 이유

 

"집에 있으면 되지 비싼 돈 주고 호캉스는 뭐하러 가?"

 

친구들과 호캉스를 떠나기로 결정한 뒤 설거지를 하고 있던 엄마의 뒷모습을 향해 여행 계획을 말하자 엄마의 고개는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몇 초 뒤 이어진 엄마의 핀잔은 그가 잡고 있던 주황색 컵과 덧씌워진 보라빛 비눗방울, 수도꼭지로부터 터져 나오는 거침없는 물줄기에 차례대로 반사된 후 내 귀로 전해졌다. 소리가 몇 차례나 굴절된 까닭인지 호캉스에 대한 두 세대의 입장 차는 좁힐 수 없을 만큼이나 멀어 보였다.

 

엄마의 논리는 이랬다.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는 이유는 함께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다. 추억은 본디 실내에서보다 실외에서 폭넓게 만들 수 있다. 이곳저곳의 풍경을 구경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서로의 성향이나 취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엄마는 이왕 친구들과 추억 쌓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추억을 만들어주는 '실외 여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를 강조하는 엄마의 으리으리한 의리가.

 

요즘 것들 역시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목표 자체는 다르지 않은 셈. 하지만 '우리'가 있기 이전에 '나(내)'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내'가 휴식을 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직장에서 월화수목금요일을 보내고 가뭄에 내리는 단비 마냥 달콤한 1박 2일 주말이 왔는데 친구들과 주말을 보내야 할 때. 추억을 쌓는 건 기쁜 일이지만 그 시간을 보내기 위해 또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하루 종일 씻지도 않은 채 멍 때리며 넷플릭스를 보는 데 비하면 그렇다.

 

그래서 찾아낸 대안이 호캉스였다. 우린 함께, 누워 있기를 택했다. 묘한 안도감을 주는 뽀얀 침구 위에 누워 배달의민족에서 서로의 최애 음식을 주문한 뒤 나눠먹고 같이 넷플릭스를 보며 잠들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호캉스의 발전은 직장 생활의 고단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

 

친구들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도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는 친구들과 잘 놀았냐고 또 벌써 헤어졌냐고 물었다. 나는 친구들과 잘 '쉬었다'고 답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각자에게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일찍 헤어졌다고도 했다.


목시 바이 메리어트 서울 인사동

 

 

위치: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11길 37(종로3가 4번 출구)

주변 관광지: 창덕궁 도보로 약 15분, 청계천 약 20분 이내

총 140객실(스위트 3실)

레스토랑: 그랩 앤 고(샌드위치와 시리얼 등 간단 아침 식사 가능-호텔 2층)

루프탑: 호텔 16층